테슬라의 요크 스티어링휠은 인간공학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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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요크 스티어링휠은 인간공학적인가?

모델S Plaid의 Yoke 스티어링휠

작년, 테슬라는 새 모델S와 X를 발표하며 요크 스티어링휠을 함께 공개했다. 흡사 F1에 사용되는 복잡한 키가 수두룩한 스티어링휠의 형태와 비슷해 보이지만, 컨셉은 전혀 다르다.

F1은 신기술이 총망라되어 찰나의 시간을 다투는 경기인 만큼 선수의 차량 조작에 극도의 효율이 요구된다. 그래서 지금은 왠만한 컨트롤이 모두 스티어링휠에 들어가 한 눈에 봐도 버튼이 엄청나게 많다. 물론, 버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핸들에 버튼을 무수히 넣었으니 전체적인 형태는 최소의 면적을 차지하게 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The Evolution of F1 Steering Wheels | Donut Media

위 영상을 보면 원형 스티어링휠에서 게임용 조이패드 같은 현재의 스티어링휠로의 변천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점점 작게, 기능은 많이 가져온 것을 알 수 있는데, 계기반을 보기 위해 원형의 위쪽을 자르면서 점점 작아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상용차의 신기술은 먼저 F1에서 사용되어 보급형으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요크 스티어링휠도 그럴까? 결론적으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F1의 스티어링휠이 저런 모양일 수 있는 이유는, 조향각이 1:1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동차 방향전환에 사용되는 앞바퀴의 조향각은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스티어링휠의 각도와 전혀 다르다. 보통 상용차는 한바퀴 반을 돌려야 앞바퀴가 최대한의 각도로 돌아간다. 하지만 F1의 그것은 다르다. 선수가 딱 그만큼만 돌려야 한다. 결국 테슬라의 요크 스티어링 휠을 F1의 그것과 달리 한바퀴 반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여러분은 원형이 아닌, 각지고 양 옆과 하단만 있는 스티어링휠을 예전 처럼 한 바퀴 반 쉽게 돌릴 수 있을까? 모르긴해도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안전한 스티어링휠 조작은 항상 손으로 잡고 놓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보통 많은 운전자들은 조작 후 살짝 놓고 어느정도 원하는 각도로 돌아왔을 때 다시 잡는다. 요크 스티어링휠은 이런식으로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 잡았다 놨다 하며 사용하는 – 방식으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인간공학적이라고 하려면, 잠깐의 실수가 있어도 수습을 위한 조작은 쉬워야 할 것이며, 더더군다나 안전을 위협하면 안된다. 인간공학적인 면을 보자면 요크 스티어링휠은 원형의 그것 보다 점수가 낮다고 봐야 한다.

그럼 테슬라는 왜 저런 디자인을 갖고 왔을까? 그건, 자율주행을 이용하고 직접 조작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본다.

실제 비슷한 컨셉으로 푸조가 2018년에 컨셉카를 발표했었다.

Peugeot e-Legend
Peugeot e-Legend의 운전석 실내

자율주행시 푸조의 e-Legend의 스티어링휠은 수납된다고 한다. 대신 전체적인 형태는 위아래가 눌린 8각형이지만 림 안쪽으로 잡을 수 있는 형태이다. 그렇지만 자율주행을 사용하라는 차이기 때문에 스티어링휠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때문에 수납을 할수 있게 만들었고, 그 수납을 위해 저런 납작한 형태를 갖게 된 것이다.

테슬라의 요크 스티어링휠도 여타 다른 상용차 보다 그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테슬라는 휠을 푸조 처럼 수납시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납은 되지 않았고 – 아마도 법적인 문제가 아니었을까? – 그 형태를 최소로 가져가는 것으로 결정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요크 스티어링휠이 아닐까? 스티어링휠의 상단을 자른 것은 예전 포뮬러1의 그것과 같이 계기반을 쉽게 보기 위해서, 그리고 사고에 대비해 운전자를 지키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한바퀴 반을 돌려야 하는 현재의 환경을 생각하면 조작의 편이와 에어백 전개 시를 대비해 손의 위치를 제안하기 위함은 너무 나간 것이라고 본다. 에어백은 스티어링휠의 림 안쪽으로 손을 위치하지 않으면 각도가 어떻든 위험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에어백 문제에 있어 가장 안전한 형태는 지금과 같은 원형의 스티어링휠이다. 바퀴가 얼만큼 돌아갔는지와 상관없이 손의 위치가 항상 양 옆으로 유지될 수 있는 형태가 바로 이 원형의 스티어링휠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티어링휠 내장 에어백은 전면 충돌시에 전개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사고시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어떻게 조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커브를 틀며 가는 동안 정면에서 돌진하는 차가 없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결국, 테슬라가 지향하는 곳은 완전자율주행, 스티어링휠 없이 단지 운전자의 말로 조작되는 자동차가 아닐까? 그 조작도 아마 목적지를 말하는 정도는 아닐지? 어쩌면 그런 조작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을 향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운전자의 평소 일정이나 스케쥴을 확인해 차에 타면 알아서 가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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