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이름에 대한 이야기와 여기저기 피어오르는 비난을 접하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승만을 칭송하는 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 영화 ‘파묘’를 좌파의 영화라고 했다는 기사를 보고 매우 의아했다. 독립운동가를 기리면 좌파였나? 만약, 친일을 보수라 본다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미국에 사는 거부의 아이가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안되는 병을 앓고 있어 무당을 부르면서 시작된다. 무당이 나오는 것에서 솔직히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사용되었다는 것에 의아할 수 있는데, 오컬트를 재료로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일제 만행에 대한 저항과 그 타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최민식이 맡은 풍수사 ‘상덕’은 독립운동가이자 반민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상덕‘, 김고은이 맡은 무당 ‘화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조선의용군에서 활동한 ‘이화림‘, 유해진이 맡은 장의사 ‘영근’은 대한제국 군인이자 명성황후 암살 가담자 우범선을 암살한 ‘고영근‘, 이도현이 맡은 화림의 제자 ‘봉길’은 모두가 잘 아는 ‘윤봉길‘임을 조금만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 외에 화림과 함께 봉길을 돌보게 된 ‘광심’과 ‘자혜’ 또한 독립운동가인 ‘오광심‘, ‘박자혜‘와 이름이 같다.
영화 타이틀에 사용된 서체 또한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좌진‘ 장군의 서체를 본따 만든 ‘김좌진장군체‘라고 한다. (이 서체를 일본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그러나 다수의 국민은 일본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롯데의 계열사 7일레븐이 만들었다는 것은 신기하고도 의미심장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점)
영화는 한 번의 전환점이 있는데, 기생충과 같은 극적인 장치는 아니지만 – 일부 나와 같이 예상하며 보는 경우도 의외로 많을지도 – 그 시점 부터 영화는 스릴러에서 괴기로 바뀌며 전개가 된다. 풍수와 같이 약간 비과학적이며 미신에 가까운, 그렇지만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에서, 영화로만 접할 수 있는 기괴한 상황으로의 돌변이랄까?
그렇게 2시간 10여분의 상영시간은 짧지도, 길지도 않게 느껴지며 지나가게 된다.
이승만 영화의 감독이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더욱 더 흥행하길 바라게 되는 영화 ‘파묘’. 30여년 남의 나라를 잔혹하게 파괴하다가 도망간 일본이 아직까지도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2024년,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