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괴물,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옥자, 이렇게 네 편을 본 것 같다. 꽤 많이 봤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가? 봉준호 감독 처럼 우리나라 영화를 널리 알린 감독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최고의 상까지 받았으니 개봉과 동시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아무튼, 봤다. 이후는 영화의 결말까지 그냥 쓸 예정이라.. 아직 보지 않았다면 아래 더 보기는 누르지 않길 권함….
황금종려상 수상이 이슈가 되면서 영화의 큰 줄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었다. 부자 이선균의 집에 백수 송강호의 아들이 과외선생님으로 가면서 시작된다고…
영화를 보고 내가 받은 느낌은, 일단 끔찍했다. 예상하지 못한 전개와 사건으로 충격과 섬찟함을 넘어 공포였다. 결국, 돈으로 분류된 계급은 쉽사리 바뀌지 않고 하류층은 서로 잡아 먹으며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동시에 서로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끼는, 기괴하지만 현실에서 매일 보는 그대로를 접하게 된다. 반대로 상류층은 – 관성으로 부 자체가 부를 유지하는 그런 상류 –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로 하류층에게 고통을 주지만 그런 사건은 그저 지나가는 일 정도이고 하류층에겐 삶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큰 재난도 그들에겐 그저 잠깐의 이벤트와 같다는 괴리감을 보게 된다.
학교에서도 가르치던 모스 부호로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저 위에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은 대부분의 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배받는 하층민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며 서로 소통이 안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건 송강호로 바뀐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어찌보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아무리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의미일까?
결국 위에서는 전혀 모르는데 밑에서 서로 다투다 죽고 죽이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 와중에 냄새가 난다는 그 작은 치욕의 말… 지속적으로 그 혐오를 받아오던 송강호의 감정이 폭발해 버린다. 무계획이 상책이라던 그에게 남은 것은 이성이 아닌 감정적인 폭발.
기생충이 되어버린 다수의 사람들과 그 위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일부의 지배층.. 더 이상 썪을 상처도 없어 보이는 지금의 시대에 더는 안된다는 절규를 하는 듯한 영화이다.
그나저나, 봉준호 감독도 의미가 궁금하다는 영화 포스터… 그 의미가 궁금하다. 자꾸만 자신에게 온다는 돌을 들고 있는 아들.. 저 돌이 상징한다는 복, 하지만 그 돌은 흉기가 되었고 눈이 가려져 누군지 알 수 없는 –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 상류층과 하류층은 그대로 각자의 구역에서 계속 삶을 살아간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보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가 관건인, 하류층이 돈을 모아도 주인이 되기 힘든 저 집. 지하에 기생하게 된 송강호에게 꼭 그 집을 사겠다고 약속하는 아들 최우식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나지만, 우리는 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